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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호) 정부재정통계도 이제는 발생주의가 대세
저자 :
김경호
발간일 :
2015-03-31

<김경호 홍익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정부재정통계도 이제는 발생주의가 대세

  세계 각국이 근대적 국가의 모습을 갖추기 시작한 이래 상당히 오랜 기간 동안 정부부문은 예산제도를 주요 기반으로 재정운영을 해왔다. 예산의 목적은 국민이 부담하는 세금을 원천으로 하는 세수와 정부의 지출에 대한 재정계획을 세우는 것이므로 예산에 대한 결산과정인 예산회계는 현금의 유입과 유출에 초점을 두게 된다.

  또한 정부의 공식적인 통계수치와 회계보고서도 현금주의(cash basis)에 따라 작성하게 된다. 그러나 90년대 초부터 뉴질랜드와 호주를 시작으로 미국과 영국 등에 발생주의(accrual basis)에 기반을 둔 재무회계제도가 도입되어 지금은 대다수 선진국에서 사용되기 시작하였다. 발생주의는 현금의 유출입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고 한 조직의 모든 경제적 자원을 변동시키는 거래나 사건이 발생한 시점에 수익과 비용을 인식하고 기록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회계기록의 대상이 현금이 아닌 다른 경제적 자원, 예를 들면, 재고자산이나 채권 등도 모두 포함한다는 점이 현금주의와는 다르다. 발생주의는 현금주의와 비교할 때 복잡하고 정보생산에 더 많은 비용이 들 수 있다는 단점에도 불구하고, 정확한 성과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민간부문인 기업에서는 이미 수백년간 사용되어 오고 있다.

  정부부문에서 예산은 정부가 한 해 동안 얼마를 세수 또는 정부사업으로 조달하고 이를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를 보여준다. 따라서 예산회계에 대한 결산은 정부가 한 해 동안 당초 예산에서 계획한대로 사업을 잘 집행하였는지를 보여주고 분석하는 비교적 단순한 정보만 포함하게 된다. 그러나 재무회계결산 결과로 작성되는 재무제표는 부동산과 채권 등 정부가 소유하는 여러 유형의 자산과 정부의 부채를 포함하는 재정상태 정보와 정부가 한 해 동안 수행한 프로그램의 재정운영성과에 대한 정보를 포함하게 된다.
따라서 발생주의 회계정보는 예산회계 정보에 비해 더욱 다양하고 풍부한 재정정보를 제공한다. 특히 예산회계가 한 해의 수입과 지출에만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국가의 자산과 부채의 변동과 같은 장기적인 관점의 정보를 제공하지 못하는 반면 발생주의 회계정보는 그와 같은 미래지향적인 정보까지도 제공할 수 있다.

  미국과 영국 등 선진국을 주축으로 20세기 중후반부터 발생주의를 정부부문 회계에 도입하려 노력해 온 것은 발생주의의 그러한 장점 때문인 것이다. 이와 같은 세계적인 추세에 발맞추어 우리 정부도 10여 년 전부터 발생주의 회계제도 도입을 추진하여 OECD 국가 중에는 15번째로 국가재무제표(2011회계연도)를 공식적으로 작성•공표하였다.
2015년은 재무회계제도를 도입한 지 벌써 다섯 해째가 된다. 아직 우리나라에서 발생주의 회계정보를 크게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일부 있으나 정부자산 관리의 개선 등 가시적인 효과도 분명히 드러나고 있다.

  세계 각국은 이제 정부회계제도뿐 아니라 정부의 재정통계에도 발생주의를 핵심개념으로 도입하여 사용하게 되었다. 국제금융기구인 IMF는 정부재정통계 작성지침인 GFSM(Government Finance Statistics Manual)을 제공하여 각국이 재정통계를 일관되게 작성하고 재정정책을 수립하는 기초자료로 사용하도록 권장하는데 그 최근 버전인 GFSM 2014에서 완전 발생주의를 채택하였기 때문이다. 부분적으로 발생주의를 도입하였던 GFSM 2001을 개선하여 발간하게 된 GFSM 2014에서는 정부회계에서 주요 재무제표의 하나인 대차대조표가 중심보고서 역할을 하며 수익과 비용의 측정과 자산의 평가에 있어 발생주의 회계와 공정가치의 개념을 사용하는 등 통계와 회계의 거리가 한층 좁혀지게 되었다.

  사실 재정통계와 정부회계는 본질적으로 유사하기 때문에 서로 다른 방식으로 가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물론 통계와 회계가 동일한 것은 아니다. 통계청에서 내린 정의에 따르면 ‘통계란 모든 사회 및 자연현상을 나타내 주는 의미를 가진 수치이며 개별 자료로는 잘 알 수 없지만 많은 자료를 모아 서로 비교하면 하나의 현상이 명확하게 파악되어지고 이러한 통계를 이용하면 앞으로 일어날 상황도 예측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한편, 회계는 일반적으로 이해관계자가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이해관계자에게 실체의 정보를 제공하는 것으로 정의된다. 따라서 양자의 목적이 다소 다를 수 있으며 대상이 동일하지 않을 수 있으나 다수의 이용자가 있으며 통계 또는 회계정보가 특정한 목적에 쓰일 수 있다는 점에서는 공통점이 있다. 일반적인 통계수치는 인구, 국토면적, 평균 기온 및 강수량, 실업률 등 재정수치뿐 아니라 다양한 통계치를 포함하지만 재정통계로 한정하게 되면 재정수입과 지출, 부채 및 소득 등 대부분 정부회계시스템에 의해 수치가 산출될 수 있는 것이다.

  한 국가의 재정통계 수치가 정확하게 산출되려면 그때 그때 필요한 통계자료를 조사하여 집계하는 방식이 아니라 해당 통계수치를 체계적인 회계시스템에서 직접 산출하거나 적어도 기초가 되는 자료를 회계시스템에 의해 제공받아 통계가 요구하는 바에 따라 가공하여 산출하여야 한다. 따라서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국가의 재정통계가 발생주의 수치를 사용하여야 한다면 통계의 정확성을 위해 해당 국가의 정부회계도 발생주의 회계시스템에 기반을 두어야 하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수년 전의 발생주의 국가회계시스템 도입이 전적으로 재정통계의 개선만을 목적으로 한 것은 아니었지만 우리가 정부회계와 재정통계 양 측면에서 모두 발생주의를 기반으로 하는 국제적인 추세에 뒤떨어지지 않게 된 것은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다.
  사실 과거에는 우리나라에서도 국가의 채무통계가 발생주의에 기반을 두지 않았기 때문에 국가채무에 대한 ‘규모 논쟁’이 지속되었던 바가 있다. 공식적으로 발표된 재정통계에서 국가채무의 규모가 의도적으로 축소되었다는 주장에 대해 정부가 체계적으로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몇 년 전에 공식적으로 발표된 국가채무는 이백 몇십조원인데 실제 채무규모는 천조원이 넘는다는 주장들이 야권 등에 의해 제기된 바 있었으며 정부는 속 시원한 해명을 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제는 국가의 채무통계와 국가의 재무제표상 부채가 비록 상이한 수치로 발표된다 하더라도 상호간의 차이에 대해서 체계적인 설명이 가능하기 때문에 과거와 같이 채무를 의도적으로 축소하였다는 오해는 받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더욱이 이제 발생주의를 사용하게 된 재정통계지침에서도 채무의 계산방식과 포괄범위가 재무제표상 부채계산과의 차이를 점차 좁히는 방향으로 정해지고 있다.

  통계와 회계의 공통점은 이들이 모두 정보를 산출하는 시스템이며 이용자들에게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그 목적으로 한다는 점이다. 정부의 경우에는 특히 정보의 가장 중요한 이용자인 국민에게 신뢰할 수 있는 내용의 정보를 산출하고 제공하여야 한다.
  따라서 과거부터 사용하여 온 현금주의적인 예산중심 사고에서 벗어나 발생주의를 중심으로 하는 재정통계와 정부회계를 사용하는 세계적인 추세에 우리나라도 이미 적절하게 대응하고 있음은 매우 고무적인 사실이다. 우리나라가 이제까지 노력한 바와 같이 온 국민이 합심하여 성공적으로 국가회계와 재정통계 부문에서 최고 선진국의 대열에 들어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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