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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철) 연금충당부채에 대한 오해와 진실
저자 :
이승철
발간일 :
2019-04-22

이 승 철
기획재정부 재정관리관

지난 2일 국가결산 발표 뒤 국가결산보고서에 포함된 세입·세출, 재정수지, 국가채무 등 재무제표 중 유독 연금충당부채에 대한 논란이 많다. 재무제표상 부채인 연금충당부채가 모두 나랏빚이므로 국민 세금으로 갚아야 한다며 당장 국가재정의 위험신호로 제시하기도 한다. 이는 연금충당부채의 본질을 오해하고, 연금충당부채의 규모에만 매몰된 소모적인 논쟁으로 발생주의 회계제도 도입 취지를 무색하게 한다.
연금충당부채, 용어부터 낯설고 어렵다. 산정하는 과정은 더 복잡하다. 장기에 걸쳐 지급해야 할 연금액을 추정하여 현재가치로 환산한다. 미래 재정지출 가능성을 고려하여 근로의 대가로 지급해야 할 연금 총액을 알려주는 목적으로 산출된다. 그러므로 미래 수입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 그런데 이 금액 모두 국민의 세금으로 부담해야 하는 빚일까? 연금 지급의 대부분은 공무원이 내는 기여금, 고용주인 국가가 내는 부담금으로 충당한다. 또한 공무원연금기금의 운용수익으로 충당할 수 있다. 연금충당부채가 아무런 재원 없이 국민이 모두 부담해야 할 빚이 아니므로 국민 1인당 빚으로 생각하게 하는 잘못된 정보는 확대 재생산되어서는 안 된다.
쉬운 예로, 자녀의 양육비를 가정해 보자. 민간 연구원에서 발간한 통계에 따르면, 자녀의 대학 졸업까지 들어가는 1인당 총양육비가 4억원에 육박한다는 발표가 있었다. 나에게 자녀 1명이 있다면 4억원은 당장 갚아야 할 빚이며 위험한 것인가? 그렇지 않다. 이는 당장 갚아야 할 빚이 아니며 미래 부담을 생각해서 추정한 금액이다. 총양육비 중 대부분은 내가 향후 벌 돈에서 충당할 것이다. 또한 자녀가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장학금을 받거나, 대학 진학을 안 하는 경우 총양육비가 달라질 수도 있다. 그럼에도 당장 갚을 돈이 아닌 추정금액을 알아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매달 벌어들이는 소득에서 양육비로 지출될 금액을 예상하고, 미래 지출을 대비하기 위해 가족여행이나 신차 구입을 미루는 등 지출규모를 줄이는 의사결정이 가능하다. 이처럼 필요한 총액을 알고 있으면 현재의 의사결정을 하는 데 도움이 된다. 종합적으로 보면서 현재 소비수준, 재산축적에 관한 판단을 할 수 있다. 연금충당부채도 마찬가지다. 당장 갚아야 할 빚이 아니라 현재의 의사결정을 위해 고려해야 하는 향후 미래 부담액을 알려주는 것이다.
연금충당부채는 국가재무제표상 부채로 그 연원은 1997년 외환위기 사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국제통화기금(IMF)은 민간기업의 경영·회계투명성 문제를 주된 원인으로 진단하고 민간부문의 국제적 회계기준을 제정하고, 정부 회계제도 개선을 권고하였고, 이를 통해 발생주의 회계를 정부부문에 도입하였다. 연금충당부채도 이러한 발생주의 회계의 일환으로 도입되었으며, 정부부문의 발생주의 회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다수 국가(25개국)가 채택하는 제도이다.
발생주의 회계제도 도입으로 정부는 도로, 공항, 항만 등 국가 기반시설에 대한 가치를 인식하고, 연금충당부채를 산출함으로써 잠재부채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여 국가의 자산·부채를 종합적이고 장기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는 매년 반복되는 소모적인 부채 논란에서 벗어나, 연금충당부채의 본질에 대해 이해하고, 발생주의 재무정보의 활용성 제고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정부는 매년 국가결산에 포함된 재무제표를 통해 국가의 재정상태와 운영성과를 투명하게 국민에게 공개하고 있다. 앞으로는 국가재무제표상 다양한 정보를 국가재정 유동성 분석, 국가자산 증가율 분석, 자산 대비 부채 비율 등 재정 분석과 원가정보를 통한 사업 성과평가 등에 활용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한 민간 전문가들의 연구가 활성화되는 등 생산적인 논의의 장으로 나아가길 기대한다.
 
출처: 한겨레, “[왜냐면] 연금충당부채에 대한 오해와 진실,” 2019. 4. 10.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88950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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